top of page
  • 정상원TV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1947~ )

  • 작성자 사진: Sangwon Jung
    Sangwon Jung
  • 14시간 전
  • 3분 분량

스티븐 쇼어
스티븐 쇼어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을 꺼내 오늘 먹은 음식,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 무심코 지나치는 골목길 풍경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일상의 기록이, 과거에는 '예술이 될 수 없다'며 철저히 외면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진계에서 '예술'로 대접받는 것은 오직 엄격한 통제 아래 인화된 흑백 사진뿐이었죠. 컬러 사진은 그저 광고나 잡지, 혹은 아마추어들의 가벼운 기념사진에나 쓰이는 '저급한 기술'로 취급받았습니다.


이 보수적이고 견고했던 사진 예술계의 틀을 깨부수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표면'을 고결한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미국의 위대한 선구자가 있습니다. 바로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1947~)입니다.



1. 아홉 살에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 '준비된 천재'

1947년 뉴욕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스티븐 쇼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진과 운명적인 조우를 했습니다. 그의 비범한 재능을 알아본 이모부 덕분에 여섯 살 생일에 코닥 암실 세트를 선물 받았고, 불과 아홉 살의 나이에 35밀리미터 카메라를 들고 최초의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열 살이 되던 해에는 이웃집 주민으로부터 당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워커 에반스(Walker Evans)의 전설적인 사진집, <아메리칸 포토그래프스(American Photographs)>를 선물 받게 됩니다. 이 사진집은 쇼어가 세상을 '사진이라는 정직한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데 평생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쇼어의 대담함과 천재성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일화는 그가 열네 살이던 해에 일어납니다. 그는 무작정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전설적인 사진 부서 책임자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컨(Edward Steichen)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작품을 봐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당돌한 소년의 잠재력을 알아본 스타이컨은 그 자리에서 쇼어가 찍은 뉴욕의 흑백 사진 세 점을 MoMA의 소장용으로 직접 구매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 10대 소년의 사진이 소장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2.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서 배운 예술적 집요함

쇼어의 미적 감각을 한층 더 현대적이고 개념적으로 단련시킨 결정적인 무대는 바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업실인 '팩토리(The Factory)'였습니다.

1965년부터 1967년까지, 10대 후반의 쇼어는 매일같이 팩토리에 상주하며 워홀과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 당대 가장 전위적인 예술가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워홀의 작업 방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예술적인 포커스를 유지하는 법, 개념적으로 사고하는 법, 그리고 하나의 대상을 집요하게 연속해서 작업하는 '시리얼리티(Seriality)'의 중요성을 깊이 배웠습니다." - 스티븐 쇼어

이 배움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성장한 쇼어는 1971년, 불과 스물세 살의 나이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에서 생존 사진가로서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이후 무려 40년 만에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영예를 안으며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3. 로드 트립, 진짜 미국의 민낯과 마주하다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지만, 쇼어는 자신이 뉴욕 맨해튼이라는 좁고 화려한 세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1972년, 진짜 미국의 얼굴을 보기 위해 텍사스주 아마릴로를 향해 대륙 횡단 로드 트립을 떠납니다.


당시 운전을 할 줄 몰랐던 쇼어는 조수석 창문 너머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미국의 풍경을 바라보며 거대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천루가 가득한 뉴욕과 달리, 끝없이 펼쳐진 도로와 간판, 모텔, 평범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야말로 진짜 미국의 정체성이자 민낯임을 깨달은 것이죠.

이 신선한 충격은 쇼어의 카메라를 흑백에서 완벽한 '컬러'의 세계로 이동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4. 미국의 일상을 정직하게 아카이빙하다 :

<아메리칸 서피스(American Surfaces)>

이 여정 속에서 탄생한 역사적인 연작이 바로 <아메리칸 서피스(American Surfaces, 미국의 표면들)>입니다.


쇼어는 작가로서 무언가를 멋지게 연출하거나 장식하려는 인위적인 태도를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대신 아주 가벼운 콤팩트 카메라인 롤라이 35(Rollei 35)를 들고, 평범한 관광객의 시선으로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표면을 가감 없이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 촬영 대상: 그가 먹은 매 끼니의 음식들, 잠을 잤던 모텔의 평범한 침대, 심지어 사용한 변기통과 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종업원들까지.

  • 개념적 정직성: 쇼어는 촬영한 필름을 자신의 암실에서 현상하지 않고, 당시 일반 여행객들처럼 뉴저지에 있는 코닥(Kodak) 상업 인화소로 보내 현상과 인화를 맡겼습니다. 대중적이고 표준화된 방식을 통해 스냅샷 고유의 날것 그대로의 미학을 완성하고자 한 것이죠.

그는 동시에 매일의 주행 거리와 식사 메뉴, 묵었던 숙소, 시청한 텔레비전 프로그램까지 꼼꼼하게 일기로 기록하는 집요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5. 일상에서 비범한 질서를 포착하다 :

<언커먼 플레이스(Uncommon Places)>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쇼어는 일상적인 표면의 미학을 더 웅장하고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진행된 새로운 연작, <언커먼 플레이스(Uncommon Places, 비범한 공간들)>에서는 카메라를 거대한 8x10인치 대형 뷰 카메라로 교체하는 일대 모험을 시도합니다.

대형 카메라는 셔터를 가볍게 누르는 35밀리미터 카메라와 달리, 검은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무거운 삼각대 위에서 구도를 잡는 데만 20분 이상이 소요되는 고도로 느린 아날로그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쇼어는 이 느린 속도 덕분에 빛의 세밀한 흐름, 선과 면의 완벽한 조화, 그리고 프레임 안의 모든 정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압축(Condense)되어 들어가는 놀라운 시각적 진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대상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지극히 완벽한 화면 구성과 깊이 있는 조형미를 통해 길거리의 식료품점, 주차장의 자동차, 허름한 골목길조차 고결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시각 예술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 기념비적인 작업은 1975년 사진사의 위대한 이정표가 된 '뉴 토포그래픽스(New Topographics, 새로운 지형학)' 전시에 소개되며 전 세계 사진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에필로그: 렌즈를 가장 정직한 사유의 도구로 사용한 거장

스티븐 쇼어의 치열한 도전은 사진이 가진 진정한 힘이 극적인 순간이나 특별한 피사체를 찾는 데 있지 않음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우리 주변의 지극히 흔하고 평범한 일상의 표면 속에서, 사진가 고유의 시선과 철저하게 훈련된 조형 감각을 통해 그 속에 숨겨진 고요하고 비범한 질서를 찾아내어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우리가 대상을 바라본다는 행위가 과연 어떤 모습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던 스티븐 쇼어. 그의 치열하고 집요했던 시선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우리 일상의 모든 아름다운 결을 사진이라는 위대한 예술적 영토 안에 영원히 담아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댓글


  • 정상원TV
  • sajintour
  • 정상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중로  대표:  정상원
사업자등록번호 179-44-00921 통신판매업 제2022-고양일산서-1866호 
​상담:  010-5967-2641  email :yeijisajin@gmail.com

© 2020 by Onlinephoto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